사모 - 조지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고
당신은 멀리로 이루어 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눈웃음이 사라지기전
두고두고 아름다움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 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물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한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또 한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마지막 한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느님을 위하여...


즐거운 편지 - 황동규 님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속을 헤메일 때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 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그저 친구라는 이유로 - 김미선

웬지 몰라
혼자일 땐 네 모습이 자꾸 떠올라
그저 오랜 친구라고만
생각해 왔는데

지우려고 눈을 감아도
온종일 네 모습이
깜짝놀라 눈을 뜨면
거울 속에 있어

너는 모를 거야
이런 느낌을 설명하기 힘들어
그저 우리는
친구라고 말해야 되는데

너를 보면
웬일인지 가슴이 서늘해
사랑이란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데

소리내어 웃어봐도
온종일 네 생각뿐
하늘 보면 잊혀질까
그래도 아니야

나도 몰래 눈물이 나와
단지
그것뿐이야

하늘 보면 잊혀질까
그래도 아니야

나도 몰래 눈물이 나와
단지
그것뿐이야

지금부터 우리는
친구라고 말할 수 없잖아


남자의 사랑이란... - 성지희

지나가는 여자 어떻게 생겼는지 아니 방금 지나쳤는지조차
모르겠는데 갑자기 눈 흘기며 입 삐쭉 내미는 그녀에게
영문도 모른체 사과하는 것.

전화벨 소리 울리면 사랑스러운 그녀가 아닐까하며
기대하지만 그 꿈이 깨어지기도 전에 또 기다리는 것.

사랑한다고 고백을 했는데 못 들었는지 무슨말했어? 하는
그녀에게 세상이 떠들썩하도록 사랑한다고 외치고 싶은 것.

우리집 가는 버스를 그녀가 못본게 너무 다행이라 여기고
그녀 집 가는 버스 오면 내가 먼저 타는 것.

매번 그녀의 집 앞에서 입마춤을 해주고 싶은데 그녀가
그녀가 화를 내면 어쩌나라는 생각 때문에 자꾸 머뭇머뭇하게 되는 것.

아침부터 화가 나 있는 그녀를 보며
내가 뭐 실수한게 아닌가 마음 졸이는 것.

그녀가 화를 내면 모두 내 잘못이고
내가 화를 내면 내 마음이 옹졸한 것.

어느 날 지겹다는 말을 내뱉는 그녀에게
더 잘해야겠다고 수백번 수천번 다짐하게 되는 것.

나는 그녀를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 웃음이 나오는데
갑자기 그녀가 화를 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것.

이쁜것만 봐도 모두 사주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그 마음의 백분의 일도 안되는 작은 선물에도 감격하는
그녀가 내곁에 있다는 것이 무지 감사한 것.




사랑 그대로의 사랑 - 유영석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이른아침 감은눈을 억지스레 떠야하는 피곤한 마음속에도
나른함속에 파묻힌 채 허덕이는 오후의 애뜻한 심정속에도
당신의 그 사랑스런 모습은 담겨져 있습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층층계단을 오르내리며 느껴지는 정리할 수 없는 감정의 물결속에도
10년이 훨씬넘은 그래서 이제는 삐꺽대기까지 하는 낡은 피아노
그 앞에서 지친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 내 노래속에도
당신의 그 사랑스런 마음은 담겨져 있습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당신도 느낄수 있겠죠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도 느낄수 있겠죠
비록 그날이 우리가 이마를 맞댄채 입맞춤하는 아름다운 날이 아닌
서로 다른 모습으로 잊혀져 가게 될 각자의 모습으로 안타까워 하는
그런 슬픈날이라 할지라도 나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건 당신의 사랑을 받기 위함이 아닌
사랑을 느끼는 그대로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바보 사랑 -작가 미상


1시간 30분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그녀가 와 주었거든요
하늘을 날것 같습니다 그녀가 미안하다고
말해주니까요

깡패에게 맞아 다리를 다쳤습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그녀를 지켰거든요
하늘을 날것 같습니다 그녀가 내 다리를
만져 주니까요

그녀가 다른 남자랑 손을 잡고 갑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그녀가 장갑을 꼈거든요
하늘을 날것 같습니다 그녀가 장갑을 벗고
나의 손을 잡아 주니까요

그녀가 다른 남자랑 결혼합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나는 죽었거든요
하늘을 날것 같습니다
영원히 그녀를 내려다 볼 수 있으니까요



고백 - 김남조


열. 셀때까지 고백하라고
아홉. 나 한번도 고백해 본적 없어
여덟. 왜 이렇게 빨리세?
일곱. .....
여섯. 왜때려?
다섯. 알았어. 있잖아
넷. 네가 먼저 해봐
셋. 넌 고백 많이 해봤잖아
둘. 알았어
하나반. 화내지마 ..있잖아
하나. 사랑해




수선화와 조팝나무의 사랑이야기 - 도종환


우리사랑 이 세상에선 이루어질 수 없어
물가의 수선화처럼 너 적막하게 꽃 피어 있을 때
나 또한 그 곁에 창백한 조팝나무처럼
꼼짝 못하고 서서
제가 내린 제 숙명에 뿌리에 몸이 묶인 채
한평생 바라보다가 갈 것만 같은데
오늘은 바람 이렇게 불어
내 허리에 기대 네 꽃잎을 만지다가도 아프고
네 살에 스쳤던 내 살을 만지다가도 아프다
네 잎새 하나씩 찢어 내 있는 쪽으로 던져야
내게 올 수 있고
가지 부러지는 아픔을 견뎌야
네게 갈 수 있다 해도
사랑은 아픔이라고 사랑하는 것은
아픔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너를 사랑할 때마다 깨닫고 또 깨달아도
그보다 더 아픈 것은
우리 사랑 이 세상에선 이루어질 수 없는 것
내 마음의 십분의 일 내 몸의
백 분의 일도 네게 주지 못한 것 같은데
너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괴로워하다.
돌아서야 하는 것
바람은 불어 나 노을 속에 이렇게 서서 나부끼고
바람은 불어 나 물살에 얼굴 묻고
너 돌아서 있어야 하는 것




그대가 진정 사랑한다면... - 용혜원

그대가 진정 사랑 한다면
사랑을 함부로 고백하지 말아요.
모든 열매들이
소리없이 꽃피고
소리없이 열매를 맺듯이
진실한 사랑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그대가 진정 사랑한다면
날 지켜봐 주어요.
한 순간으로 전부를 안다고
할 수는 없어요.


사랑은 기쁠 때보다도
아픔서 속에서
알 수 있어요.


그대가 진정 사랑한다면
사랑을 함부로 고백하지 말아요.
일 년 사계절을 살아가며
계절마다 부는 바람도 다르듯이
우리의 사랑은
살아가면서 더욱 깊어 갈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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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인스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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